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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오'(2025) 감상문

 보기 전

일단 sf장르 자체가 굉장히 드물기 때문에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쉬움 및 감상문

시간이 아까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꽤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저연령 타깃이라고 해도 디즈니는 보통 성인까지 포함한 모든 연령이 즐길 수 있도록 신경 써 주는 편이어서 큰 걱정 없이 관람했지만, 이번 작품은 살짝 국산 어린이 만화 느낌이 꽤 났습니다. 물론 메시지나 패러디 등 성인을 위한 코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당위성과 개연성 면에서는 ‘그냥 어린이 만화니까’ 하고 대충 넘어가는 부분이 종종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그런 점이 불호였습니다. 예를 들어, 모아나가 섬을 나가려는 것과 엘리오가 외계인에 집착하는 것 비슷한 클리셰지만, 모아나의 경우 단순한 탐험심만으로도 최소한의 당위는 생기는 반면, 엘리오는 그것을 지적 탐구 이상으로 일종의 탈출구로 여겼고, 그 이유가 감정적으로 잘 전달되지 않아 '왜 저러지?' 하고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만화니까’ 하고 넘겼습니다. 이게 아주 큰 문제는 아니지만, 이후로도 중요한 분기 마다 이런 패턴이 조금 잦아 아쉬웠습니다. 당위성과 개연성을 탄탄하게 만든다고 해서 어린 친구들이 못 볼 것도 아닌데, 굳이 가족 영화라고 해서 대충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합니다.

깎아내리는 말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인상 깊고 감동적이었던 장면들을 남겨 보겠습니다. 이후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 기억에 남는 장면들

가족애

'우리 엘리오를 돌려주세요'장면과 그라이곤 군주가 갑옷을 벗는 장면은 좋았고, 이 영화를 떠올릴 때 기억하고 있어야 할 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저호의 수미상관

영화 극초반 보이저호에 각 나라의 언어로 녹음된 인사말이 몇 차례 재생됩니다. 이후 영화 후반부에서 이 인사말이 떠오르는 장면이 두 번 정도 등장합니다.

첫 번째 수미상관

엘리오 일행이 지구를 떠나는 과정에서 각국의 우주 쓰레기를 추적하는 통제실 또는 통제실 수준을 갖춘 아마추어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데, 이때 등장하는 각국의 언어들이 보이저호의 인사말을 연상케 하며, 마치 “보이저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하나의 인류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해, 인류뽕에 취하게 됩니다.

두 번째 수미상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었습니다. 영화 결말에서 외계인들의 자동 통역 장치가 꺼지고, 외계인들이 각자의 언어로 지구식 인사말을 엘리오에게 건넵니다. 그 장면은 마치, 보이저호에 실린 인류의 인사에 대한 ‘답장’처럼 느껴졌고,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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